이름 없는 희생 위에 선 오늘, 제70회 현충일을 맞이하며

  • 등록 2025.06.06 11: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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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제70회 현충일을 맞이했다. 1956년 6월 6일, 국가를 위해 산화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이 날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우리 가슴을 숙이게 한다. 전쟁과 분단, 침략과 수탈의 시대를 지나오며 수많은 이들이 조국을 위해 생명을 바쳤다. 이름을 남기지 못한 수많은 무명의 용사들이,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의 밑거름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순국선열의 희생은 과거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그분들이 꿈꾸었던 ‘나라다운 나라’는 여전히 우리에게 과제로 남아 있으며, 그 정신은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단지 국경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자유, 공동체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70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잊혀서는 안 될 가치가 있다. 바로 기억과 책임, 그리고 계승이다. ‘기억’은 단순히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 정신을 현재 속에서 되살리는 일이다. ‘책임’은 자유를 누리는 자의 몫이며, ‘계승’은 다음 세대를 위한 우리의 약속이다.

현충일이 단지 ‘공휴일’로 소비되고 마는 현실은 안타깝다. 많은 이들이 오늘을 그저 하루의 쉼으로 받아들이는 가운데, 이 날의 의미를 되새기고 진정으로 기리는 마음은 점점 옅어지고 있다. 그러나 역사의식 없는 미래는 공허하다. 우리가 기억하지 않으면, 후대도 배우지 못한다.

그렇기에 지금의 우리에게는 ‘추모’ 그 이상의 태도가 필요하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현충일은 ‘묻는 날’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지키고 있는가?
자유를 지키기 위한 용기는 있는가?
불의에 맞설 준비는 되어 있는가?
공동체를 위해 희생할 마음은 여전히 살아 있는가?

한때는 총과 칼로 나라를 지켰지만,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전장에 있다. 허물어지는 공동체의 연대, 고립되어 가는 개인,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와 혐오의 언어들, 그리고 무관심과 냉소의 시대. 지금의 우리는 또 다른 방식의 ‘호국’이 필요하다. 바로 시민의 각성과 참여, 공공의식의 회복, 그리고 상생의 정신이다.

무명의 용사들이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오늘의 우리가 진실과 정의를 선택해야 한다. 개인의 안위가 아닌 공동체의 선을 위해 연대해야 하며, 지금 내 눈앞의 자유가 결코 공짜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 우리가 묵념하는 그 1분이, 내일을 바꾸는 1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헌화 한 송이가 단지 형식이 아니라 다짐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더 이상은 어떤 세대도 그 숭고한 희생을 되풀이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진정으로 평화롭고 정의로운 나라를 함께 만들어 가기를 소망한다.

 

관리자 기자 pub999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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