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재단, “추사 김정희, 경기도에서 다시 깨어나다”

  • 등록 2025.04.30 20: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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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다시》, 전통과 현대를 잇는 타이포그래피 전시

 

(비씨엔뉴스24)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은 4월 30일, 조선 후기 예술과 사상의 거장 추사 김정희의 예술세계를 현대 타이포그래피 관점으로 재해석한 특별기획전 《추사, 다시》의 개막식을 개최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조미자 경기도의원(남양주), 유정주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를 비롯한 문화예술계 인사 100여 명이 참석했다. 개막 행사는 25현 가야금 연주자 문양숙 명인의 공연과 전시 개막 퍼포먼스, 전시 해설 투어 등 풍성한 볼거리로 구성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추사, 다시》는 실학박물관과 과천 추사박물관, 제주 추사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합전시다. 조선 후기 대표 실학자이자 예술가였던 추사 김정희(1786~1856)의 독창적인 문자 조형 세계를 현대 시각예술로 풀어낸 이번 전시는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실험적 전시로 주목받고 있다.

 

전시는 총 2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세한도' 영인본과 함께 '소봉래의 난', '유희삼매' 등 추사의 대표작이 전시된다. 특히 '세한도'는 14.7미터 길이의 두루마리 원본 전체가 펼쳐져 관람객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2부에서는 동시대 디자이너들이 추사의 조형언어를 타이포그래피로 재해석한 신작을 선보인다.

 

전시 총괄은 석재원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가 맡았으며, 참여 작가로는 한글 서예가 강병인, 레터링 디자이너 김현진, 디자인 듀오 양장점, 책 디자이너 함지은, 실험적 그래픽 그룹 DDBBMM이 함께했다. 이들은 추사의 사상과 조형 세계를 현대적 시선으로 재구성한 작품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허문다.

 

석재원 교수는 인터뷰에서 “오늘날의 시각으로 추사 조명하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우리 문자 조형의 유산이 현재와 더욱 활발히 연결되기를 바란다. ” 라고 말하며 전시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참여 작가들의 작품 한 줄 평을 통해 전시 내용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작품을 통해 추사 김정희의 서체를 현대적으로 계승하면서 한글 조형의 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었다.”(작가 강병인)

 

“글자를 반복해서 그리는 과정에서 조금씩 더 자유롭고 일탈적인 형태를 탐색해 나간다. 관객이 익숙한 문자 속에서 낯선 생명성을 발견하는 경험을 가능하게 하고자 한다.”(작가 김현진)

 

“단순한 기록을 넘어, 현장을 발로 딛고 사유를 확장했던 김정희의 학문적 태도처럼 기억과 기록, 형식과 본질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며, 보는 이에게 질문을 던진다.”(작가 함지은)

 

“오늘날의 활자 디자인이 입체 조형과 뿌리를 공유한다는 관점을 시각화했다. 손의 움직임에서 비롯된 글자의 형태는 이제 구조와 비례를 바탕으로 구축되는 시각 조형물로 진화한다.”( 작가 양장점)

 

“고무도장 작품이다. ‘시서화’와 전각에 깊은 조예를 보인 김정희가 고무도장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면, ‘시서화인’의 일치를 지향하며 도장에서도 서예적 조형 실험을 시도했을 것이다.”(작가 DDBBMM)

 

'김정희 대표작'

세한도(歲寒圖)

유배지 제주에서 그려진 세한도는 추사 예술의 정수로 평가받습니다. ‘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측백나무의 푸르름을 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이 작품은, 역경 속에서도 변치 않는 절개와 의리를 담은 상징적 수묵화입니다. 단순한 그림을 넘어, 진심어린 감사와 사색의 깊이를 담은 문인화의 결정판입니다.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

불교적 선(禪)의 경지와 난초가 둘이 아님을 밝힌 ‘ 경계를 허문 ’불이선란不二禪蘭‘은 불교적 초월 성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추사의 사상적 경지를 잘 보여줍니다. 불이(不二)란 모든 이분법을 넘어선 하나됨의 경지를 뜻하며, 이 그림에는 선(禪)의 정수와 추사의 자유로운 필치가 담겨 있습니다.

잔서완석루(殘書浣石樓)

사라지고 남은 글씨와 험하게 깨진 빗돌이 있는 누각이란 의미로 글씨를 통해 공간과 시간을 되살리고 있다. 절제된 서체 속에 담긴 향수와 학문적 열정은, 조선 문인의 이상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사야(史野)

사야는, 사(역사적 사실) 야(비공식적 이야기)라는 뜻으로, 기록과 기억 겉모습과 내용을 의미한다. 추사의 사상적 깊이를 드러냅니다. 기운찬 필획은 마치 자연과 호흡하듯 생동합니다.

유희삼매(遊戱三昧)

어떠한 곳에도 걸림이 없는 자유자재한 경지를 뜻하는 이 작품은, 자유와 해탈의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격식을 벗어난 유연한 서체는, 예술을 삶처럼, 삶을 예술처럼 살아간 추사의 태도를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실학박물관, 과천 추사박물관, 제주 추사관이 협력해 마련한 이번 전시는 각 기관의 특성과 지역 문화를 반영해 김정희의 유산을 다층적으로 소개한다. 이를 통해 경기도, 제주도, 과천시 등 지역 간 문화 교류의 장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전통 문화유산을 현대적 디자인 언어로 확장하고자 하는 경기문화재단의 시도 중 하나로, 실학의 철학과 추사 예술이 지닌 조형성을 다양한 시각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김필국 실학박물관장은 인터뷰에서 “실학박물관은 실학이 가지고 있는 고귀한 가치와 정신을 바탕으로 실학의 현재 가치를 조명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2024년에는 글로만 구성된 백과사전 『자산어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전국의 발달장애 작가들과 함께 《그림으로 다시 쓰는 자산어보》 특별기획전을 가졌고, 그 연장선에서 이번 《추사, 다시》 전시를 통해 독창적인 서예가로 명성을 떨친 김정희의 서체인 ‘추사체’와 현대적 캘리그래피, 타이포그래피를 엮어 현대적 시각으로 재조명하고,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예술적 가치를 탐구하는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라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전시는 실학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10월 26일까지 이어지며, 관람료는 무료다. 전시 관련 상세 정보는 경기문화재단 누리집또는 실학박물관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관리자 기자 pub999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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